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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YAM] 운명에 맞서려 했던 인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신의 영역으로 치부되는 생명 창조에 도전하는 과학자와 그런 인간이 만들어 낸 생명체.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은 원작 소설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어린 시절 흑사병으로 어머니를 잃었으나 그 죽음을 납득하지 못한 어린 소년,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머니의 시체를 안고 돌아온 일로 모든 이들에게 저주받은 마녀의 자식이라 비난받게 된다. 어머니를 되살리겠다는 소망으로 시작된 빅터의 생명 창조 실험은 나폴레옹 전쟁의 연구실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군인'을 만드는 실험이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속박했던 미신 같은 신의 저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의 세계관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아무리 적이라 해도 생명은 소중하다는 신념으로 부상당한 적군을 치료하다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앙리 뒤프레'를 빅터가 구하며 극은 시작된다. 빅터의 연구에 매료된 앙리는 기꺼이 그의 연구의 조력자이자 친구가 되기를 자처하고, 종전 이후 구하기 어려워진 실험의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빅터의 살인죄마저 대신 뒤집어쓴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죽은 이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소망이었으나 그들 중 누구도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처럼 강한 집념을 가진 채 연구를 진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빅터는 앙리를 되살리고자 다시 한번 실험을 강행하고, 빅터의 유일한 성공이었던 실험은 그대로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된다. 어쩌면 이미 죽은 이를 온전히 되돌리고자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성공을 통해 태어난 생명체는 앙리가 아닌 '괴물'이 되고 만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십 주년을 맞이해 빅터로 귀환한 유준상 배우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빅터의 실험에 대한 열망과 광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반면 격투장 주인인 자크 역으로는 잔인하면서도 아내 앞에서는 주눅드는 남편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앙리 역의 카이 배우 역시 죽음 앞에서도 신념으로 빛나는 앙리의 모습과 고독과 분노로 절규하는 괴물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두가 빅터를 비난하는 와중에도 빅터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를 포용하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아 역의 이지혜 배우는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빅터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했다. 2막의 까뜨린느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처절하게 생을 갈망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빅터의 유일한 가족이자 빅터와 같은 아픔을 간직한 엘렌 역의 김지우 배우는 앙리에게 빅터의 과거 이야기를 전해 주며 관객들이 빅터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했다. 2막 초반부의 '남자의 세계'에서는 격투장 주인 에바 역으로 모두를 사로잡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 줬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오는 8 2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에디터 손지혜 yamstage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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